
은행 앱에서 갑자기 '해외 이체 승인이 보류되었습니다' 알림이 뜬 적 있으신가요. 귀찮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그 뒤에는 생각보다 훨씬 바쁘게 돌아가는 시스템이 숨어 있습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가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5대 은행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 흔히 FDS라고 부르는 그 시스템에 걸려서 실제 사기로 확인된 보이스피싱 거래가 8,760건이었습니다. 전년도 4,343건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로 늘어난 숫자입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다섯 곳의 데이터를 합친 결과인데요. 숫자만 보면 범죄가 는 건지, 탐지 기술이 좋아진 건지 헷갈리실 텐데, 사실은 둘 다 맞습니다. 그래서 요즘 '나는 보이스피싱 걸러낼 수 있을까' 하는 탐지력 테스트가 조용히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숫자가 재밌습니다. 5대 은행의 FDS 전체 탐지 건수는 2024년 79만 6,492건에서 지난해 111만 4,575건으로 39.9%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사기라고 최종 확인돼서 임시 조치, 즉 지급정지나 이체 보류가 들어간 건수는 12만 5,487건에서 15만 7,810건으로 25.8% 늘었고요.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의심 거래'보다 '실제 사기 확인' 건수의 증가 폭이 훨씬 크다는 점입니다. 의심 거래 탐지는 53만 9,300건에서 57만 6,149건으로 6.8% 늘어난 데 그쳤는데, 진짜 사기로 확인된 거래는 두 배로 뛰었습니다. 즉 의심되는 거래의 숫자는 비슷한데, 그 안에서 실제로 범죄로 밝혀지는 비율이 훨씬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상반기 5대 은행에서 사기로 확인된 거래가 이미 4,059건으로, 작년 한 해 전체 건수의 46.3%에 달했습니다. 하반기까지 더해지면 올해도 작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FDS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의 줄임말입니다. 말은 어렵지만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평소와 다른 패턴의 거래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잡아내는 겁니다. 갑자기 평소보다 큰 금액이 낯선 계좌로 빠져나가거나, 짧은 시간에 여러 번 이체가 시도되거나, 접속 기기나 위치가 평소와 다르면 시스템이 '이거 좀 이상한데' 하고 걸러냅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경찰청과 손잡고 시니어 대상 금융사기 예방 캠페인을 운영하면서 AI 기반 FDS를 고도화해왔고, 올해 9월 말까지 약 1,5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예방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습니다. 의심 거래를 조기에 잡아내고 계좌를 바로 지급정지하는 식으로 대응한 결과입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수법이 매년 진화하다 보니 어제까지 잘 걸러지던 패턴이 오늘은 통과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은행들은 계속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고, 그 와중에 탐지 건수 자체도 계속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은행들이 보이스피싱 의심 거래를 55만 건 넘게 탐지하고도, 실제로 이체를 지연시키거나 막는 조치로 이어지는 비율은 10%대 초반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왜 이런 격차가 생길까요.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고객 민원을 우려해서 거래 제한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급하게 돈을 보내야 하는 정상적인 거래인데 시스템이 막아버리면 고객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짜증이 날 수 있으니까요. 은행도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다 보니 적극적으로 막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이 10%대라는 숫자가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탐지는 되는데 실제로 막히지 않아서 돈이 빠져나간 사례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금융당국도 은행들에게 금융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요즘 지자체나 경찰서에서 진행하는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에 가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바로 '보이스피싱 탐지력 테스트'입니다. 실제 통화 음성이나 영상 자료를 들려주고, 이게 정상적인 전화인지 사기 전화인지 참가자들이 직접 맞춰보는 방식입니다.
최근 곡성군이나 광양시에서 진행한 예방 교육을 보면 순서가 비슷합니다. 먼저 탐지력 테스트로 시작해서, 보이스피싱과 메신저피싱, 스미싱, 대출사기 같은 유형별 수법을 소개하고, 실제 피해 사례 영상을 보여준 다음 상황별 대응 요령을 안내하는 방식입니다. 당진경찰서도 축제 현장에서 QR코드로 탐지력 테스트를 진행하며 시민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활동을 벌였습니다.
저도 이런 테스트 영상을 몇 개 찾아서 직접 들어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요즘 수법은 '검찰청입니다', '금융감독원 직원입니다' 식으로 공식 기관을 사칭하는 건 기본이고, 상대방이 침착하게 전문 용어를 섞어가며 말하기 때문에 처음 몇 초만 들으면 진짜 기관 전화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중간에 '계좌를 알려달라'거나 '앱을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순간에야 '이거 수상한데'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런 테스트가 재미로만 끝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로 사기범들은 공포심이나 긴급함을 자극해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방식을 씁니다. 평소에 이런 패턴을 미리 연습해두면, 실제 상황에서 '어? 이거 교육에서 봤던 패턴인데' 하고 한 번 더 의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그게 바로 탐지력 테스트가 단순한 퀴즈를 넘어서는 지점입니다.

지역 예방 교육의 주요 대상이 주로 시니어층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거나, 공공기관의 전화 응대 방식을 잘 모르는 경우 사기범들의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곡성군이 진행한 '보이스피싱 ZERO' 금융안전망 프로그램도 어르신들의 이해도와 현장 대응 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교육 방식도 단순히 '조심하라'는 당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전문강사가 탐지력 테스트로 흥미를 끈 뒤, 실제 통화 음성과 영상을 보여주면서 어떤 부분에서 의심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방식입니다. 질의응답과 설문조사로 교육 내용을 다시 점검하는 과정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한 번 듣고 끝나는 캠페인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응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가고 있는 셈입니다.
광양시도 비슷한 흐름으로 중마동권 시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는데, 지능화되고 고도화되는 최신 사기 수법을 실제 피해 영상으로 설명하는 사례 중심 방식이 특징이었습니다. 수법이 계속 바뀌는 만큼 교육도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계속 업데이트되는 흐름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은행 시스템이 그렇게 좋아졌다는데 왜 아직도 피해가 늘어나냐'는 반응과, '그래도 기술 덕분에 1,500억원씩 예방했다는 건 꽤 든든하다'는 반응이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탐지 기술이 발전한 건 분명 긍정적이지만, 그 기술이 모든 걸 다 막아주지는 못한다는 현실도 동시에 보여주는 셈입니다.
결국 FDS 같은 시스템이 1차 방어선이라면, 전화를 받는 사람의 판단력이 마지막 방어선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탐지력 테스트를 한 번 해보는 것만으로도 '아,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구나'를 몸으로 느낄 수 있고, 그게 실제 상황에서 몇 초라도 더 의심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저도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고 테스트 영상을 몇 개 들어보면서, 막연히 '나는 안 속겠지' 하던 생각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숫자가 늘었다는 건 결국 그만큼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는 뜻이고, 누구든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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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네이버 포토뉴스 ]